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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9, 2013
이방인의 도시, 그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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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기완을 만났다 / 저자 : 조해진

조국과 언어를 상실한 탈북자 청년의 일기!

한 탈북인의 삶을 담아낸 신예작가 조해진의 장편소설 『로기완을 만났다』. 벨기에 브뤼쎌의 풍경을 배경으로 탈북인 로기완과 그의 행적을 추적하는 작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벨기에로 밀입국한 함경북도 출신의 스무 살 청년 로기완. 방송작가인 ‘나’는 우연히 그의 이야기를 접하고 무작정 벨기에로 떠난다. 그곳에서 이제는 벨기에를 떠난 로기완이 3년간 기록한 일기를 구해 그의 자취를 하나씩 되짚어가는데…. 작가는 다각적인 취재를 바탕으로 북한 주민과 탈북인들의 아픈 현실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로기완과 ‘나’가 이국에서 느껴야 했던 고독과 생경한 감각들이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삶의 근원적인 슬픔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연민과 유대를 통한 희망을 역설하는 작품이다.    [교보문고 제공]

 

Speaker : 조해진

조해진(1976~ )은 대한민국의 소설가이다. 200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으며, 2013년 신동엽문학상을 수상, 2016년에는 《산책자의 행복》으로 이효석 문학상, 《여름을 지나가다》로 무영문학상을 수상하였다.2017년에는 통영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조해진의 소설집을 읽고 이야기를 짓고 문장을 쓰는 일이 때로 슬픈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서평을 남겼다 2019년 《단순한 진심》으로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강의 노트

우리의 삶과 정체성을 증명할 수 있는 단서들이란 어쩌면 생각보다 지나치게 허술하거나 혹은 실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의도와 관계없이 맺어지는 사회적 관계들, 관습 혹은 단순한 호감에 의해 만들어지는 수많은 커뮤니티, 실체도 없이 우리 삶의 테두리를 제한하고 경계 짓는 국적이나 호적 같은 것들은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는 줄 수 있겠지만 그 위로는 영원하지도 않고 진실하지도 않다. 회사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프린트된 명함이나 우리의 출생과 죽음, 결혼과 건강을 기록하는 관공서의 수많은 서류들도 개인의 절대적인 존재감을 증명해주지는 않는다. 지갑 속의 기념사진, 일주일 단위로 약속과 일과를 적어 내려간 수첩, 이국의 어느 공항 출입국 심사대에서 경쾌한 소리와 함께 찍힌 여권 속이 스탬프들, 어딘가로 들어갈 수 있는 녹슨 열쇠나 읽고 있던 책의 접힌 페이지 같은 것들 역시 우리 삶의 부분적인 단서는 될 수 있을지언정 생애 전체를 관통하지는 못한다. 심지어 아침 7시면 눈이 떠지고 저녁 6시가 되면 온몸이 피로해지는, 시스템에 길들여진 몸의 리듬마저 변하지 않는 소속감을 약속해 주지 않는다.

그러니 우리는 그저 나무 둥치에 주저앉은 날개 젖은 새처럼 하늘로 날아갈 수도 땅으로 떨어질 수도 없는 순간순간을 살고 있는 것이라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로기완을 만났다』 中에서

  1. 작가소개

조해진

1976년 서울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교육학과 및 동대학원 국문과 졸업

200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

소설집 『천사들의 도시』(2008), 장편소설 『한없이 멋진 꿈에』(2009)『로기완을 만났다』(2011)『아무도 보지 못한 숲』(2013)

2010년 대산창작기금 수혜, 2013년 신동엽문학상 수상

 

  1. 작품 소개 및 줄거리

저의 두 번째 장편소설 『로기완을 만났다』는 북한 출신 로기완의 여정을 방송작가 ‘김’이 추적하고 기록하는 내용입니다. 김작가는 불우한 이웃의 사연을 들려주고 시청자들로부터 후원을 받는 방송국 프로그램의 메인 작가입니다. 사회적 시스템에 길들여져 관성적으로 방송원고를 쓰던 김작가는 연인이자 동료인 류재이 피디를 만나면서 자신이 쓴 글의 진실성에 회의를 갖기 시작합니다. 그러던 중 한쪽 얼굴에 종양을 달고 다니는 소녀 윤주가 좀더 후원을 받길 바라는 마음에서 방송날짜를 추석 연휴로 미룬 사이, 그 종양이 악성으로 바뀌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타인에 대한 선의의 연민이 오히려 그 타인에게 불행을 안겨주자 큰 혼란을 느낀 김작가는 결국 방송국에 사표를 제출하고 우연히 시사잡지에서 읽은 이니셜 L에 대한 기사 하나에만 기댄 채 그를 만나기 위해 무작정 벨기에 브뤼셀로 떠납니다. 

나를 브뤼셀로 이끈 것은 바로 이니셜 L 문장이었다. 좀더 정확히 말한다면, 이니셜 L 시사주간지 <H>와의 인터뷰 도중 기자에게 고백한 줄의 문장이 나로 하여금 익숙했던 세계를 떠나오게 하였다.  p. 10.

이니셜 L의 본명은 로기완으로 그는 어머니와 함께 북한을 떠나 연길에 정착했다가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죽자 그 시신을 판 돈으로 선교사들이 기회의 땅이라고 말한 유럽으로 온 사람입니다. 로기완은 어머니의 죽음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괴로워하면서도 살아야 한다는, 그래야 어머니도 사는 것이라는 사촌형의 말을 가슴에 안고 난민신청을 준비하지만 번번이 도움을 받지 못합니다. 한국대사관도 외면한 로기완의 사정을 헤아리고 그를 돕는 사람이 박윤철입니다.

박윤철은 정치적 사건에 연루되어 오랫동안 한국으로의 입국이 거부된 사람으로, 프랑스에 정착하여 의사가 된 이후 다시 벨기에로 와서 오랫동안 외과의로 살아온 이력을 갖고 있습니다. 박윤철은 또한 암으로 고통받는 아내의 간절한 부탁으로 그녀의 통증 없는 이른 죽음을 도와준 경험도 있습니다.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로기완의 죄의식에서 아내를 향한 자신의 비슷한 감정을 발견한 박윤철은 로기완의 난민 신청을 적극적으로 돕고, 나아가 난민지위를 얻어 오랜만에 안정된 삶을 영위하던 중 사랑하는 여인 라이카를 위해 다시 그 모든 평온을 버리고 그녀를 따라 영국으로 떠나는 로기완을 지지해주기도 합니다.

벨기에 브뤼셀에 온 김작가는 로기완에 대한 기사를 쓴 기자의 주선으로 박윤철을 만나게 되고 박윤철에게서 받은 로괴완의 일기와 기록으로 그의 삶을 추적하는 동시에 상처를 치유받게 됩니다. 박윤철에게서 로기완이 거주하는 영국의 중국식당 주소를 받은 김작가는 영국으로 떠나고 그곳에서 드디어 로기완을 만납니다.

라이카는 차를 준비하러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고 지금 앞에는 로기완이 앉아 있다. 살아 있고, 살아야 하며, 결국엔 살아남게 하나의 고유한 인생, 절대적인 존재, 숨쉬는 사람.

오늘 나는 그에게, 이니셜 K 대해 해줄 이야기가 아주 많다.  p. 194.

*출판사 서평

탈북인 로기완과 그의 행적을 추적하는 작가 ‘김’의 이야기가 벨기에 브뤼셀의 생생한 풍경을 배경으로 아름답고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소설의 화자인 ‘김’은 불우한 이웃들의 사연을 다큐로 만들어 실시간 ARS를 통해 후원을 받는 방송 프로그램의 작가다. 그녀는 출연자 중 한 명인 여고생 윤주와 깊은 인간적 관계를 맺고 윤주를 돕기 위해 애쓰지만, 결국 그로 인해 윤주가 더욱 깊은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었다는 사실에 감당하기 힘든 죄책감에 빠진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읽게 된 시사잡지에서 탈북자 로기완의 이야기를 접하고 무작정 벨기에로 떠난 그녀는 그곳에서 로기완의 자취를 추적하며 그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에게 커다란 절망을 안기고 현실에서 도망치려는 ‘김’, 어떠한 보호와 책임으로부터 배제된 채 생존의 기로에 선 로기완, 어린 나이에 끝없이 상처를 입어야 했던 윤주, 그리고 숨겨진 과거로 평생 고통 받아온 ‘박’까지.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고독과 아픔을 하나씩 밟아오며 결국 추락점에 서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다만 그는 단순히 위태로운 그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에서 그치기보다는 섬세한 문체로 그들의 상처를 보듬어 안는데, 고통에 매몰되기보다는 관계 속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그들의 또 다른 여정을 묵묵히 담아냄으로써 연민과 유대가 빚어내는 희망의 실체를 보여준다.

 

  1. 작품을 쓰게 된 계기

이 소설은 정치적인 이슈를 다루되 정치소설은 아닙니다. 저의 관심은 정치적인 상황이나 주제보다는 이방인 로기완의 방황이었고 진정성 있는 글쓰기에 대한 김작가의 작가적 고민이었습니다.

이 소설을 쓸 무렵 저는 폴란드의 한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 휴가를 맞아 여행 자료를 모으던 중 우연히 벨기에 브뤼셀을 유령처럼 떠도는 탈북인 기사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 기사에 끌려 벨기에로 떠난 저는 그곳에서 소설의 바탕이 되는 기본적인 자료를 모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벨기에 브뤼셀을 떠도는 로기완이라는 인물을 설정하고 그의 이야기를 소설화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무렵 저 역시 이방인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신분과 고향을 상실한 로기완의 불안과 상실감, 고독에 더 다가가려 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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