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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uary 17, 2015
494년 동안의 고독
494 Years of  Solitu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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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훈민정음, 사진과 기록으로 읽는 한글의 역사 / 저자 : 김주원

52장의 사진과 다양한 역사 기록으로 ‘훈민정음’을 파헤친다!

사진과 기록으로 읽는 한글의 역사 『훈민정음』. ‘한글이 최고’라는 인식이 근거 없이 확산되면서 왜 최고인지도 모르고 막연히 ‘남들이 그렇다니까 그렇겠지’라는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훈민정음 연구의 권위자인 서울대 김주원 교수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훈민정음에 대해 꼭 알아야 할 것’들을 이 책에 담아냈다.

2012년 5월에 있었던 서울대 인문 강의에서 강연한 내용을 엮은 것으로, 훈민정음에 대한 오해와 신화를 벗기고 더 넓은 시각에서 우리글의 진정한 실체를 밝힌다. 여기에 지금까지의 연구 성과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52장의 사진과 풍부한 역사 기록들을 덧붙임으로써, 독자들이 직접 훈민정음을 둘러싼 사실들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였다.

 

Speaker : 김유범

Prof. Kim Yupum, Korea University

문학박사로,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교수로 있다. 훈민정음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훈민정음』 등 논저 90여 편이 있다.

 

강의 노트

여러분은 혹 문자의 사용설명서를 본 적이 있는가? 우리는 새로운 제품을 구입하게 되면 제품을 보다 잘 사용하기 위해 제품에 들어 있는 사용설명서를 펼쳐보게 된다. 제품의 특징은 무엇인지, 내가 원하는 기능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 등 사용설명서는 여러 유익한 정보들을 제공해 주는 고마운 안내자이다. 그러나 여러분이 어떤 문자를 사용하면서 그것을 만든 사람이 직접 제공한 사용설명서를 펼쳐가며 문자를 사용해 본 경험은 아마 도 거의 없었으리라 생각한다. 인간은 언어의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문자를 만들었고 그림으로 시작된 문자는 처음에는 언어의 내용인 의미를 표기하다가 어느 시기부터는 언어의 형식인 음성을 표기하게 되었다. 동서고금의 많은 문자들이 있고 문자학자들이 귀중한 자료들을 찾아 내며 고대 문자의 해독에 헌신했지만, 인류의 문자사에서 문자 제작자가 직접 제공한 문자의 사용설명서가 존재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어쩌면 문자를 만들고 그 문자의 사용설명서를 제공한다는 생각은 매우 현대적인 발상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한글의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한글은 창제 당시 창제자에 의해 그것의 사용설명서가 분명하게 제공되었다는 점에서 다른 문자들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1446년 세종과 집현전 학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해례본 『훈민정음』이 바로 신문자(新文字) 훈민정음의 사용설명서이다. ‘훈민정음’은 신문자의 이름이자 책의 이름이기도 했는데, 해례본 『훈민정음』은 다섯 개의 ‘解’(제자해, 초성해, 중성해, 종성해, 합자해)와 한 개의 ‘例’(용자례)로 이루어져 있으며 앞뒤에 어제서문 및 예의, 정인지의 서문을 담고 있다. 해례본 『훈민정음』의 가치는 무엇보다도 제자해에 신문자의 제자 원리가 분명하게 설명되어 있다는 점이다. 제자해에서는 상형의 방법을 기본으로 하여 이것을 확장하고 응용함으로써 신문자의 초성자와 중성자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상세히 밝히고 있다. 이 모든 설명은 중국의 성운학과 성리학의 형이상학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신문자의 제자와 운용에 천지만물의 원리가 내재되어 있음을 강조하였다. 제자해의 설명은 인간의 말소리에 대한 분석이 매우 정확하고 치밀하였음을 보여주는데, 마치 20세기 구조주의 언어학자들의 눈으로 당시의 언어를 관찰하고 기술한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이다. 신문자의 창제가 우연하거나 즉흥적인 발상의 소치가 아니라 매우 수준 높은 언어학적 소양으로부터 나온 각고의 결실임을 우리는 해례본 『훈민정음』의 제자해를 보며 깨닫게 된다.
이 밖에도 해례본 『훈민정음』의 곳곳에서 우리는 언어에 대한 당시 학자들의 놀랄만한 관찰과 이해를 보여주는 대목들과 만날 수 있다.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우리의 명품 문자 한글. 그리고 우리 문화재 중 가장 먼저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명품 문자의 사용설명서 해례본 『훈민정음』. 이것은 다른 어떤 것과도 바꾸기 어려운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며, 그 존재와 가치를 대대손손 알리고 전해야 하는 우리 민족의 영원한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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