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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8, 2013
오디오와 LP와 커피에 미친 어느 한 시인의 인생이야기

 

About the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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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위의 작업실 / 파주: 푸른 숲, 2009.

저자 : 김갑수

성균관 대학교 국문과와 동 대학원을 수료했다. 실천문학을 통해 인으로 데뷔했고 문학과지성사에서 시집《세월의 거지》를 출간한 바 있다. 웅진출판의 편집부장으로 재직하던 중 라디오 진행자 제의를 받고 프리랜서로 방향을 바꿔 다채로운 교양 프로그램을 진행해 오고 있다. 현재는 TBS DMB 〈아름다운 오늘〉, KBS 〈라디오 독서실〉을 진행하고 있고, KBS〈TV, 책을 말하다〉 자문위원, 〈열린토론〉 고정패널을 겸하고 있다. 세종 사이버대학 초빙교수, 삼성경제연구소 ‘SERI’의 시詩 강좌도 담당하고 있다. 동아일보 출판자문역, 문화일보 클래식 담당 객원기자, 한겨레신문 정치칼럼니스트,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을 역임했고 곧 새로운 신문연재물을 시작할 예정이다. 저서로《삶이 괴로워서 음악을 듣는다》, 《텔레만을 듣는 새벽에》 외 다수의 공저가 있으며, 대한민국 출판문화대상 공로상을 수상했다.

 

Speaker : 김종철

문학박사, 상명대학교 명예교수.

상명대학교 교수, 도서관장, 인문사회과학대학장, 서지학회 회장을 지냈다.

책을 매우 좋아하여 평생 책이 있는 곳을 찾아다니면서 많은 책을 구경하고 많은 책을 모으고 많은 책을 읽어왔다. 은퇴 이후로는 책 뿐만 아니라 LP 등 음반도 좋아하게 되어 음반이 있는 곳을 찾아다니면서 많은 음반을 구경하고 많은 음반을 모으고 많은 음반을 듣고 있다.

 

강의 노트

<세월의 거지>의 시인 김갑수는 오늘도 3만여장의 원판 LP와 4천여장의 CD가 빼곡하고 수억원이 넘을 하이앤드 오디오와 6조의 대형 스피커가 진을 치고 있는 자신의 전용 음악 감상실에서 음악을 듣는다. 의사 부인과 똑똑한 아들을 둔 가장인 그는 월요일에서 수요일이나 목요일까지는 집에도 가지 않고 커피를 마시며 음악을 듣는다. 그는 자신의 음악평론집 <텔레만을 듣는 새벽에>에서 “나의 삶은 레코드점과 오디오숍을 거쳐 집에 돌아와 앉은 의자 위에서 지나갔다. 나의 생은 음악 소리를 따라 흘러갔다”고 썼다.

이 책은 시인, 문화평론가와 방송인 등으로 다채롭게 활동하는 김갑수가 오디오와 LP와 음악과 커피에 관하여 광적으로 몰두하는 개인사를 담고 있다. 그는 일찍이 전작인 음악칼럼집, <삶이 괴로워서 음악을 듣는다>(1998)와 <텔레만을 듣는 새벽에>(2001)에서도 자신의 오디오와 LP와 음악 편력을 매력적인 문장으로 지극히 솔직하고 자조적으로 피력한 바 있다. 나는 나름대로 이 세 책을 김갑수의 ‘오디오와 LP 삼부작’으로 부른다.

1980년대 CD시대가 열린 후 한국 음반계에서 LP는 순식간에 쇠락의 길로 접어들더니 급기야 2004년부터는 아예 LP생산이 중단되었다. 그 시절 LP는 LP만 틀어주는 극소수의 매니아급 카페에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는 지경이었다. 그러다가 2010년대를 전후하여 한국에서도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는 물론 지방 중소도시에서도 LP음악을 틀어주는 음악카페가 붐을 이루고, 서울 회현동 지하상가에 밀집한 중고 LP전문점들이 성업이다. 또한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다시 LP생산이 재개되어 LP가 되살아나고 있다. 나는 이러한 LP음악이 부활하는 변화의 과정에 김갑수의 ‘삼부작’의 역할이 작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중고 LP를 수집하고 오디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주로 김갑수의 이 책들을 통해서였다. 은퇴 후에는 캐나다 밴쿠버로 이주 하여 김갑수를 멘토로 삼아 오디오와 LP에 몰두하고 있다.

지구 위의 작업실은 4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시종 탁월한 문장력으로 독자를 몰입하게 하지만, 특히 제 1장 ‘지구 위의 작업실, 줄라이홀’과 제 4장 ‘오디오, 간절하게 두려움 없이’가 압권이다. 그는 여기에서 나름대로 생각하는 음악감상실의 조건인 첫째, 높은 천장, 둘째 완벽한 방습, 셋째, 가능하면 직사각형으로 이루어진 건물 지하실을 찾는 이야기와 공사 과정에서의 에피소드 등을 코믹하면서도 리얼하게 기술하고 있다. 그는 “마루 밑에 한 트럭 분의 숯을 깔았고, 노래방에서 쓴다는 흡음제로 빈틈을 처리했다. 경사면에 나 있는 창문 두 개는 천장에 딱붙는 거대한 책꽂이를 제작해 완전히 막아버렸다. 암흑과 고요와 단절감 만이 팽팽하게 부릅뜨고 있는 공간”을 만들고, 줄라이홀로 명명하였다.

“서른 여섯 살 적 결혼식을 앞두고 초조하게 그날만 기다리고 있으니 당시 세운 상가의 서울 전자 전동남 사장이 긴한숨을 쉬며 말한다. ‘김갑수씨야, 부디 인생을 그렇게 살지 말그라.’ 손꼽아 결혼식 날을 기다린 이유를 전사장은 알고 있었다. 서울전자 그 집에 있는 바이타복스 스피커가 갖고 싶어 미칠 지경인데 돈 생길 구멍이 전혀 없었다. 아, 그런데 만세! 묘안이 솟아올랐다. 결혼식을 올리면 부조금이 들어올 것 아닌가! 결국 혼인 비용은 새신부가 충당했고, 새신랑의 바이타복스 스피커는 식도 올리기 전에 들어왔다. 신혼 여행 마치고 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이 스피커값 치르는 거였다.”

“어째서 오디오 생활의 정점에 이르면 음향기기의 기본 관점이 만들어지던 칠팔십년 전 고물딱지에 열광하게 되는 걸까? 골동 취향일까? 그렇지 않다. 세상의 꾼들이 공통적으로 도달하는 결론인 즉 소리가 탁월하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이유는 명확하다. 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개발된 천재들의 작품이지 상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벨 에포크’ 시절엔 음향기기가 최첨단 산업이었다. 당대의 천재급 엔지니어들이 뛰어들어 아낌없는 물량투자로 만들어 낸 걸작들이 바로 고전 명기, 빈티지 시스템인 것이다. ED, RE604, AD1같은 삼극관의 별들은 그렇게 탄생했고, 영원히 다시 만들 수 없다. 복제 불가능한 원본의 장엄, 아우라가 빛나는 것이다.”

이 책에는 여러 인물이 등장하는데, 세속의 기준으로 볼 때 조금 이상한 사람들이다. 그들 중 오디오 파일을 연결고리로 하는 사진 작가 윤광준과 전명지대 교수 김정운은 저자와 함께 삼총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절친이다. 오디오 전문가로 <소리의 황홀>의 저자인 윤광준은 사진작가의 명성으로 보아 하고자 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텐데도 생계에 필요한 만큼의 수입만 벌면서 세상을 주유하는 인물이며, <남자의 물건> 등의 저술로 유명한 김정운은 한 신문사의 의뢰로 <희랍인 조르바>의 독후감을 쓰다가 조르바의 “자유”를 찾아 하루 아침에 교수직을 버린 기인이다. 이들과의 일화도 이 책의 재미를 더한다. 시인 김갑수는 길거리가 아닌 어두운 지하 골방에 앉아, 광적으로 최고 음질의 음악 듣기를 추구하고, 고품질의 커피를 손수 만들어 마시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오디와와 LP의 전도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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